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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청년의사]팜(Pharm) 뱅크, 과연 효과적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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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4/05/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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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
팜(Pharm) 뱅크, 과연 효과적일까? 작성자:이병기(본내과의원장)
지난 9일, 경기도가 소외계층을 돕기 위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남는 약을 활용하는 ‘팜 뱅크’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언론에서는 특히 도내 약국과 제약회사에서 병원들의 처방전 변경 등으로 인해 판매되지 않아 폐기처분 하는 약품들이 상당수에 달하기 때문에 팜 뱅크를 통해 이에 따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제약회사의 재고 과잉은 수요 예상이 적정치 못해 생긴 일이며, 약국의 재고 과잉 또한 의약분업 전부터 발생되어 왔던 것이라는 점에서 처방 변경과 크게 상관없다고 본다. 그보다는 처방전을 소화하지 못할 것을 염려해 약국에서 의약품을 과다하게 준비했거나, 처방빈도가 아주 적은 약이어서 재고가 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특히 이렇게 남는 의약품들은 분명 다빈도 처방약이 아닐 텐데 남는다고 해서 일반의약품도 아닌 전문의약품을 음식 나누어주듯 소외계층에게 나누어주게 되면 약의 오남용을 부추기는 꼴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로 인한 폐단은 누가 책임지겠다는 것인가. 약은 단순히 나누어 줄 대상이 아니다. 약은 의료인에 의해 적절하게 사용돼야 한다. 옛말에도 ‘약은 잘 쓰면 보약이요, 잘못 사용하면 독’이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경기도내 많은 외국인 진료봉사 단체들도 자체적으로 필요한 약을 구매하여 의약품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요즘은 약품지원보다 현금으로 지원해 주는 것을 더 선호하고 있는 형편이다. 소외계층에게 꼭 필요하지도 않은, 그것도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약을 몇 통씩 나누어준다면, 필요하지 않은 재고약이 개인들에게 폐기처분 되는 것이나 진배없지 않은가.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팜 뱅크가 최근 사회적으로 관심을 일으킨 푸드(Food) 뱅크와 같은 취지에서 진행되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우선 제약회사나 약국에서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안전한 약(그런 약이 재고로 남을 리 없겠지만)을 팜 뱅크에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가정 상비약으로 소외계층에게 제공될 수 있게 의료인에 의해 분류되고 공급되어야 한다. 또한 가능하다면 인터넷상 약 장터를 제공해 재고약품 중 일부라도 다른 곳에서 필요하다면 아주 싼 가격으로 구매 가능케 하고, 그 돈을 모아 인터넷 사이트 운영비와 좋은 약을 많이 제공하는 곳에 약간의 인센티브를 주는 비용으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밖에도 팜 뱅크의 운영을 위해선 약품을 수거 및 분류할 인원과 저장할 수 있는 저장창고, 약품의 재고 리스트를 정확히 알 수 있게 하기 위한 전산요원과 컴퓨터 등이 필요할 것이다. 즉, 팜 뱅크를 위해선 인력과 장소와 같은 하드웨어와 재고가 잘 관리되고 유효기간 내 필요한 곳에 적절히 공급될 수 있는 방법과 같은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것이다.
푸드 뱅크처럼 공급 과잉 재고를 수요자에게 연결만 해주면 되는 것으로 팜 뱅크를 생각하고 추진한다면 이 사업은 시작부터 어렵게 될 것이다. 경기도에서는 이런 인력과 장비, 장소를 제공 할 수 있어야 하고, 제약회사와 약국들로부터 기증받은 약품들을 필요한 약국이나 봉사단체들에게 제공될 수 있게 적극 홍보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소외계층에게 어떻게 나누어줄지도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이다. 처음 단계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점차적으로 시스템화하여 장기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게 준비해 나아가야만 할 것이다. 오랫동안의 운영이 성공을 보장해주는 노하우를 제공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취지에서 시작된 팜 뱅크 사업이 많은 시행착오 없이 잘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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