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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청년의사][DTP] 알 권리? 걱정할 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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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4/1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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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
[DTP] 알 권리? 걱정할 의무? 박인기 교수 (경희의료원 안과)
“저…, 지금같이 안약을 열심히 넣으면 좋아질 수 있겠죠?” 녹내장으로 안약 두 가지를 넣으며 3개월에 한 번씩 외래에 오는 50대 여자 환자분께서 외래 진료가 끝날 때마다 항상 하던 질문을 오늘도 하신다. 머리 속에 몇 가지 대답이 지나간다. “네, 지금같이 열심히 넣으시면 좋아질 수 있습니다”, “네, 저만 믿으시고 시키는 대로만 잘 하시면 됩니다.” 그러나 내 입에서 나온 대답은 이미 수도 없이 반복했던 바로 그 대답이다. “죄송합니다. 이미 손상된 시신경을 회복시킬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기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치료해도 좋아질 수는 없습니다. 지금 하는 치료는 더 이상 나빠지는 것을 막거나 또는 나빠지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현재 안압약의 효과가 비교적 좋으니 지금 사용하시는 안약을 그대로 사용하시면 됩니다.”.그러나 환자분은 무슨 결심이라도 하고 오셨는지 다시 한번 말씀하신다. “선생님, 그러지 마시고 좋아질 수 있다고 한 번만 말씀해 주세요, 네?” 뭔가를 갈구하는 듯한 얼굴을 보고 마음이 잠시 흔들렸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대단히 죄송하지만 좋아질 수 없는 것을 좋아질 수 있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다행히 안압이 정상으로 유지되고 있고 시야 검사 결과도 더 나빠지지는 않았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실망한 표정으로 진료실을 나가는 환자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환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의무감에 질병의 경과와 예후, 치료의 부작용과 합병증에 대해 사실대로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과연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가, 오히려 환자에게 필요 이상의 지나친 걱정과 고민을 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수술을 받게 될 환자에게 하는 설명은 이보다 더하다. 수술 뒤에 재출혈이 되는 경우도 있고, 안압이 올라가 약물치료가 필요할 수 있고, 드물게는 추가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망막박리가 생겨 재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안내염이 생겨 시력을 잃을 수도 있고,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식물인간이 되거나 심지어 죽을 수도 있고…, 하는 설명이 친절하게(?) 더해진다.그럼 운좋게 이러한 부작용과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으면 시력이 좋아진다고 설명하는가? 물론 아니다. 부작용과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고 수술이 잘 돼도 반드시 시력이 좋아진다고 할 수는 없고 시력이 얼마나 회복될지는 수술 후에 경과 관찰을 해야 한다고 설명드린다. 이러한 설명을 듣고도 수술을 받는 환자 분들을 볼 때면 참으로 죄송스런 마음이 든다. 부작용이나 합병증 중에서 빈도가 드물지 않으면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당연히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겠지만, 빈도가 드문 것에 대해서까지 자세한 설명을 해 환자와 보호자로 하여금 걱정하고 고민하게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반드시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의료사고 발생 시 사전에 설명을 하고 환자의 동의를 받았는지의 여부가 법원의 판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에서 환자의 걱정할 의무(?)를 더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상황이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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