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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수면위로 떠오른 ‘요양기관 계약제 ’
의협, 의료공급 일방적 줄이자는 발상 인정 못해
정부‧공단, 보험자가 요양기관 선택하는 것 당연
현재 검토단계지만 향후 뜨거운 감자로 부각될 듯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에 반대입장을 보였던 정부가 최근 요양기관 계약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뜨거운 감자로 부각될 전망이다．
지난해 5월 보건복지부 산하에 구성된 건강보험발전위원회(위원장 양봉민)는 내부적으로 ‘요양기관 계약제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보험재정 안정을 위한 의료공급량 조절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의료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건보발위가 ‘요양기관 계약제’를 검토한 이유는 현행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로서는 급증하는 의료공급의 양과 보험재정 지출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의료계는 요양기관 계약제의 목적이 보험재정을 줄이기 위한 의료공급량 조절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며, 통제 중심의 개별계약보다는 단체계약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혀 계약방법과 계약범위를 놓고 치열한 공방도 예상된다. 특히 의협은 당연지정제 폐지는 최근 정부에서 일련의 과정으로 추진중인 의료사회주의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으로 규정하고 있어 오는 2월 22일 전국집회에서 본격적으로 ‘당연지정제 거부운동’을 펼 것으로 보인다. 이와 맞물려 최근 의료계 내부에도 당연지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급부상하고 있어 건보발위에서 검토하고 있는 요양기관 개별계약제에 대한 범의료계 차원의 대응전략이 요구된다.
건보발위서 검토중인 계약제의 실체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2002년 10월 헌법재판소가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합헌으로 결정하면서 논란이 마무리되는 듯 했으나 건강보험재정의 지속적 증가 및 의료수요가 다양화되고 있기 때문에 요양기관 계약제를 검토하게 되었다． 따라서 복지부는 지난해 5월 구성된 건보발위에서 보험자의 기능 및 역할 재정립을 위한 방안으로 ‘요양기관 계약제 도입’을 내부 논의과제로 결정하게 됐다．
이와 관련 공단 건강보험연구센터 이평수 소장은 “환산지수로 수가를 결정하면서부터 요양기관 계약제의 필요성에 대해 모두가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문제는 계약방식‧계약범위 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 소장은 “세부적인 논의를 의료계와 해야 하지만, 보건의료체계 전반적으로 의료의 공급이 과잉되어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제는 의료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따라서 “의료의 질을 책임지지 못하는 요양기관에 대해서는 공단이 선택을 통해 질과 양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현재 건강보험연구센터에서 검토중인 요양기관 계약제는 단체계약보다는 개별계약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음이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한정된 보험재정 공급 줄여 급여 확대?
공단 건강보험연구센터에서 작성 중에 있는 요양기관 계약제 보고서는 보험자 중심의 결과에 치우칠 가능성이 많다． 특히 보험자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하기 위한 방안으로 요양기관 계약제가 검토되고 있어 계약과정에서 공단이 힘의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는 논리가 지배적일 수밖에 없다．이러한 부분을 고려하면 요양기관과 공단의 계약은 절대로 대등한 관계에서 진행될 수 없다．허위‧부당청구의 칼날을 들이대면서 일부 요양기관을 계약 대상에서 배제하고, 현행 건강보험재정에서 감당할 수 있는 요양기관 수만큼만 계약 대상에 포함시킨다면 그 누가 보아도 공정한 게임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이평수 소장은 “특정 지역에 의료공급이 많을 경우 계약 과정에서 제외시키고 거기서 제외된 요양기관이 건강보험에 흡수되기 위해서는 의료공급이 모자라는 곳으로 이동해 공단과 계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또한 “매년 증가하는 의사들 수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의과대학 통폐합 등이 전제돼야 하고, 의사들도 이제는 꼭 개업을 할 것이 아니라 기초과학분야, 연구소, 제약회사 등으로 진출하는 등 내부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이외에도 이 소장은 “가입자들에게 적정급여를 하기 위해서는 적정공급을 어느 정도 맞출 필요가 있다”며, “한정된 보험재정에서 적정공급과 적정급여를 만들어보자는 것이 요양기관 계약제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협 권용진 사회참여이사는 “공단에서 제시하는 허위‧부당청구는 자의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므로 이를 기준으로 계약에 임한다면 보험재정 안정을 위해 요양기관을 지속적으로 통제하겠다는 발상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계약에서 배제된 기관은 죽으라고?
계약을 ‘단체’로 할 것인지 ‘개별’로 할 것인지에 대한 것은 지속적으로 논의를 해야 하지만 만약, 정부가 의료계의 주장을 무시하고 개별계약제를 선택할 경우 계약에서 배제된 요양기관은 살아남을 방법이 거의 없다．또한 공단의 논리대로라면 경쟁력이 없고, 허위‧부당청구를 일삼는 요양기관은 더 이상 건강보험제도권에서 책임질 수 없다는 것으로 계약에서 배제된 요양기관들에 대한 그 어떤 책임도 지으려고 하지 않고 있다．
이평수 소장은 “한정된 총 보험재정에서 책임져야 할 일정한 공급량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요양기관 수를 조절하는 것은 당연하고, 문제 있는 요양기관을 모두 챙기면서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할 수는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협 정효성 법제이사는 “공단이 요양기관을 선택한다면, 요양기관도 보험자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계약에서 배제되었거나 계약을 원하지 않는 요양기관이 자율적으로 민간보험 등을 선택할 수 있어야 이치에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효성 법제이사는 “공단이 보험재정을 이유로 일부 요양기관을 버리겠다는 발상은 몇몇이 굶어죽어도 상관없다는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으며, 만약 이러한 식으로 계약제를 추진한다면 강제적인 건강보험료 납부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양기관 계약제는 ‘선택지정제’일 뿐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보험자 중심의 요양기관 개별계약은 대등한 관계 하에서의 계약이 될 수 없다는 게 일반적 견해이다.
또한 일정한 수만큼의 요양기관만 끌고 가겠다는 정부 및 공단의 발상 또한 임시방편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계약에서 제외되거나 계약을 희망하지 않는 요양기관이 다른 보험 등을 선택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공급량을 줄이겠다는 것은 의사들을 거리로 내몰기만 했지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듯 하다.
물론 문제 있는 요양기관을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조정을 하는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구체적인 대안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가운데 허위‧부당청구를 이유로 공단이 계약의 칼날을 휘두른다면 또 다른 의료의 왜곡을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의협 권용진 사회참여이사는 “현재의 ‘당연지정제’를 ‘선택지정제’로 이름만 바꾼 것에 불과하다”며, 진정한 의미의 계약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가 당연지정제 폐지 주장한 이유
2000년 당시 의료계가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를 주장했던 이유는 현 건강보험체계 하에서는 합리적인 수가를 조정할 수 있는 기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정부는 당연지정제의 폐지에 대해 한편으로는 공감하면서도 공공의료확충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당연지정제를 폐지하기는 어렵다며, 의료계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입장을 보였던 정부가 갑자기 요양기관 계약제 도입 검토를 하게 된 이유는 합리적 수가조정보다는 보험재정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단을 통해 알려진 바로는 요양기관 계약제 보고서는 의료의 공급량을 줄이면서 보험자의 기능과 역할을 더욱 강화시키겠다는 것으로 의료계가 주장했던 합리적인 수가 조정 기전은 만들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의협, 단체자유계약제 적극 주장
앞서 얘기했듯이 의협은 최근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총액계약제와 포괄수가제 확대 등을 의료사회주의의 일련의 과정으로 규정하고,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당연지정제가 폐지된 이후에는 개별적 계약이 아닌 단체자유계약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협이 주장하는 단체자유계약제는 건강보험 요양기관으로의 지정을 원하는 개별 요양기관이 의료단체에 신청을 한 후 의료단체의 대표자가 신청한 요양기관을 대표해 보험자와 일괄적으로 계약을 하는 형태를 말한다． 또한 단체자유계약제는 개별계약에서 발생될 수 있는 요양기관의 일방적인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으며, 계약의 범위에 의료행위분류, 상대가치, 환산지수, 심사기준 및 평가기준, 급여‧비급여 분류, 약가 및 진료재료대, 진료보수지불제 등 요양급여비용의 산출근거가 되는 주요요소를 모두 포함시킬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이평수 소장도 “요양기관 계약제는 수가계약과 맞물려 갈 수밖에 없으며, 복합적인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며 같은 입장을 보였다．
의협,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2000년 당시 의료계에서 당연지정제 폐지를 위한 위헌소송을 제기할 당시 의협은 당연지정제가 폐지된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김방철 의협 전 보험이사는 “정부측에서도 당연지정제가 무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보건의료정책에 깊이 관여했던 학자들도 당연지정제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의료계 내부적인 갈등을 조정하고 대안을 마련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권오주 의원문제연구회 회장도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의사들 스스로 개선점을 제시하고 노력하는 것은 물론 국민과 정부를 설득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며, 의사들이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영원히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즉, 의협 내부적으로도 문제 있는 회원들을 더 이상 감싸안을 수 없는 상황이므로 이들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며, 계약제를 희망하는 회원들은 단체계약을 통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의견으로 모아진다.
반면, 이평수 소장은 “의료계는 집단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사회전체의 이익이 무엇인지도 생각해야 하고, 내부 자정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요양기관 계약제가 제대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보험자인 공단은 요양기관을 통제할 목적으로 계약을 고민하지 말아야 하고, 의료계는 내부적으로 문제 있는 회원들을 솎아내고 단체자유계약제가 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