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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조제위임제도 시행 4년…평가와 대안(2) [기획] 조제위임제도 시행 4년…평가와 대안 <글싣는 순서> 1. 얻은 것은 없고 잃은 것만 있다 2. 약사 무면허 의료행위 버젓이 3. 재정절감만 목적 국민건강 뒷전 4. 현장취재 5. 대안은 없나?
2, 약사 무면허 의료행위 버젓이
정부 방관 속 이젠 합법화 속셈 드러내 '임의조제가 줄어든다고?'
조제위임제도(의약분업)는 의약품 오남용 방지를 통한 국민건강보호라는 당위성을 전면에 내세워 추진됐다. 물론 그 이면에는 무리한 의료보험조합 통합에 따른 보험재정 파탄을 해소하기 위한 경제적·정치적 목적이 도사리고 있었음은 이미 알려진 대로다. 의료계와 보건 경제학자 (일부 어용 학자를 제외한)들은 정치적 논리로 졸속 추진되는 정책은 반드시 큰 부작용을 낳을 것임을 경고했다. 그러나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는 거창한 구호 앞에 이같은 지적은 번번히 매도되고 묵살됐다. 정부는 조제위임제도가 시행되면 약사의 임의조제가 금지되므로 의약품 과다 사용이 억제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또 약에 대한 경제적 유인, 즉 약가마진이 사라져 의사의 약 처방이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뒤집어 말하면 조제위임제도 시행 전까지는 의사가 약가마진을 얻기위해 쓸데없는 처방을 남발했다는 얘기다. 이는 진료와 처방은 의사의 고유권한이라는 의료의 기본개념을 인정하지 않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하나의 정책 논리로 수용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그러나 약사의 임의조제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임의조제는 현행 법이 금지하고 있는 무면허 의료행위다. 조제위임제도의 시행 여부와 상관없는 단속의 대상인 것이다. 정부가 굳이 조제위임제도를 임의조제 방지의 해결책인 것처럼 선전한 것은, 앞서 말한 보험재정 안정화라는 이면의 목적을 가리기 위한 장식에 불과하다는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한마디로 정부는 처음부터 약사의 임의조제 방지에는 관심도 없었고, 따라서 단속의 의지가 있을 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심'은 조제위임제도 시행 4년 동안 드러난 수없이 많은 증거물이 뒷받침 하고 있다.
'의약분업은 의사만 한다'
조제위임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의사의 진료행위는 처방전을 통해 낱낱히 공개됐다. 어느 의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완전히 발가벗겨진' 것이다. 그러나 약사는 어떠한가? 은밀히 이뤄지는 불법행위가 겉으로 드러날리 만무하다. 임의조제는 조제위임제도를 비웃으며 늘 해오던 대로 벌어지고 있었다. 시행 1년만인 2001년 1월 의협은 2000년 파업기간 동안 약사 감시활동을 벌여 불법진료 및 조제행위 약 1,000여건의 사례를 확보, 보건소와 검찰에 고소했다. 같은 달 전라남도에서는 약국 100여곳이 무면허 의료행위 등 불법행위를 저지르다 행정조치를 당했다. 2001년 2월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약국 10곳 중 3곳이 처방전 없이 전문의약품 판매 등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약사의 불법조제 행태가 가장 충격적으로 폭로된 것은 2002년 5월 내과 등 전문과목 개원의협의회가 공동조사해 발표한 서울시내 약국 1,800여곳에 대한 조사결과였다. 무려 20~30%에 달하는 약국이 전문약 판매 등 불법행위를 자행한 사실이 낱낱이 드러났다. 복통을 호소한 환자에게 전문약을 통째로 팔다 적발된 약사도 있었다. 조제위임제도 시행 2년이 지나도록 약국의 불법행위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주는 결과였다. 의협 의약분업 정책평가연구회가 조제위임제도 시행 2년째를 맞아 전국 196개 약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 분석 결과, 약국 2곳 중 1곳이 불법 임의조제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2년도 갤럽조사에서는 의사의 처방 없이 약사에게 진료받은 사람이 52.7%에 이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같은 약국의 불법 진료행위, 임의조제 행위는 2003년에 들어서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2003년 11월 의협 산하 전국 반모임에서는 약사들의 불법행위 천태만상이 도마위에 올랐다. ▲처방전 용량보다 초과 조제 ▲복용일 수 임의 변경 ▲당뇨 고혈압 항생제 등 전문의약품 처방전 없이 판매 ▲처방전에 명시된 의약품 중 일부를 빼고 조제해 이득을 남기는 경우 ▲건강보조식품 영양제 등 끼워팔기 등 다양한 수법들이 세상에 공개됐다. 2003년 12월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의료인의 약 90%가 약국의 임의조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 의료계를 경악케 했다. 의협 집계 결과 2003년도 하반기에 약사의 불법조제행위는 5건 중 1건으로 드러났다. 약사 무법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올해는 사정이 좀 나아졌을까? 지난 1월 서울 은평구의 모 약국이 수백여명의 환자에게 스테로이드 호르몬제를 불법 조제·투약하다 적발돼 검찰에 고발된 것을 시작으로, 4월에는 매달 2,000여정의 환각류 의약품을 2년동안 팔아 온 약국이 경찰에 덜미를 잡히는 등 신문 사회면에서 수갑찬 약사의 모습을 보는것이 이제는 전혀 낯설지 않은 지경이 됐다. 4년이 지나도록 달라진게 없다. '조제위임제도는 의사만 하는 제도'라는 말이 실감난다.
'의사가 총대를 메고….' 조제위임제도의 목표를 보험재정 안정화에 둔 만큼, 정부는 애초부터 약사의 임의조제에는 관심도, 단속의지도 없었다. 임의조제를 하든 안하든 보험재정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데 애써 단속하며 약사들의 원성을 살 필요가 뭐 있겠느냐는게 정부의 속내일 것이다. 간혹가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수박 겉핥기식 약사감시활동을 벌여 약국 몇 군데에 행정처분을 내린 것이 고작이다. 정부가 하지 않는 임의조제 단속은 의료계가 앞장서서 나섰다. 의협이 2002년 5월부터 전직 경찰관을 동원해 약국 감시 활동을 벌여 증거를 확보한 약국을 고발하고, 내과개원의협의회도 자체적으로 조사를 실시, 불법 행위가 명백한 약국 15개소를 고발조치 하기도 했다. 정부는 자신이 해야할 일을 민간인에게 떠 넘긴 꼴이다. 의사가 십자가를 짊어지고 총대를 멘 셈이다. 부작용이 없을리 없다. 의사와 약사간의 보복성 고발이 난무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눈초리는 차갑기만 하다.
'외계에서 온 정부' 정부가 약사의 불법 임의조제 행위에 아무런 관심도, 단속 의지도 없다는 사실은 조제위임제도에 대한 공식 평가 과정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조제위임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목표로 구성된 '의약분업 평가단'이 2000년 10월 첫 회의를 열고 실시한 평가결과에 임의 대체조제에 대한 부분은 쏙 빠져있다. 언급조차 안되있다. 그도 그럴것이 평가단이 약국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거기에 약사의 임의조제 불법진료에 대한 설문 항목이 들어있을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약국에 사전 협조를 얻고 설문조사를 했다니, 그야말로 '짜고 친 판'이나 다름없었다. 평가단 측은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조사를 할 수 없다는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복지부 역시 예산 부족을 핑계로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과연 인력과 예산의 문제였을까? 그로부터 8개월 후 조제위임제도 시행 2년을 맞은 2002년 6월 평가에서도 1차 평가와 똑같은 평가방법을 답습함으로써 임의 불법조제는 아예 논외의 대상이 돼버렸다. 7월 2일 보건복지부가 후원하고 보건사회연구원이 주최한 '의약분업 평가 및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약속이나 한 듯 임의조제에 대한 부분은 한마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더욱이 기가 막힌 것은 평가 한번 하지 않고서 '임의조제는 근절됐다'고 외치는 보건복지부의 태도였다. 복지부는 2002년 6월 조제위임제도 시행 2년을 맞은 평가보고에서 '조제위임제도 시행 전 연간 약 1억7,000만건에 달하던 임의조제가 금지됐다'며 의사의 전문적인 진료를 받게됨에 따라 환자들은 주요질병의 조기발견 및 체계적 관리가 강화되는 효과를 보게됐다고 밝혔다. 아무런 구체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법적으로 금지됐으니 당연히 사라졌을 것'이라는게 복지부의 주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조제위임제도 시행 3년, 4년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임의조제 실태에 대한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니 내놓지 않고 있다.
임의조제 합법화를 위하여 의사가 되고픈 약사들의 소망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30년전인 1976년 '임상약학'이란 학문이 미국으로부터 국내에 처음 들어오면서 '약사약'개념이 전파된 때가 있었다. 약사약이란 전문약과 일반약의 중간에 위치한 개념으로, 약사 자의의 판단에 따라 마음대로 조제·판매하는 약이다. 즉 합법적으로 임의조제 할 수 있는 약을 말한다. 약사들은 이를 도입하기 위해 의약품 분류를 새로 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금은 약계에서 조차 '황당한 논리'로 치부될 정도로 잊혀진 주장이지만, 그 근간을 이루는 기본개념은 생생히 살아있다. 즉 '약사가 의사의 처방없이 환자를 진료하고 약을 조제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다시말해 임상약학, 약사약의 개념은 지금 활개를 치고 있는 약사 불법 임의조제의 합법화를 위한 논리로서, 약계가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일반약 활성화, 성분명 처방 도입과 말만 다를 뿐 일맥상통하는 주장이다. 임의조제 합법화를 위한 시도는 최근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약대 6년제 학제개편에서 정점을 이루고 있다. 정부의 묵인(?)아래 불법 임의조제는 이미 일반화 된 현상이며, 이같은 조건 하에 임의조제의 전문성을 취득하기 위해 보다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게 약사들의 요구라는게 의료계의 시각이다. 약대 6년제는 바로 임의조제에 학문적 날개를 달아주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조제위임제도의 근본 취지를 농락하는, 현행법상 엄연히 불법으로 명시돼 있는 임의조제 행태를 방관하는 것도 모자라, 한의사협회장과 약사회장의 밀실합의를 주도하며 임의조제 합법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난으로부터 얼마나 자유스러울지 의문이다. |